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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소프엔티 “첨단 신소재로 의료복 시장을 개척합니다"

두터운 보호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휴식을 취하는 의료진 모습은 코로나19 유행 초창기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의료진에 새삼 감사함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보호복을 비롯한 의료용 의복의 개선 방안을 고민하던 이들도 있었다. 답답하고 불편하면서도 제기능은 못 하는 의료복은 의료진 노고를 가중하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기능성 신소재로 의료용 의복을 만드는 스타트업 소프엔티의 한설아 대표도 그중 한 명이었다.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의복인간공학 전공한 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의류기업 연구개발소장을 거친 한설아 대표는 기능성 소재와 기능복 개발 전문가다.


한 대표는 “당시 보호복은 제대로 된 국내 품질 기준조차 없어 바이러스 차단은 커녕 봉제선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열악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이 평소에 입는 의료복들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대부분 전문 업체가 아닌 유니폼 업체에 생산되는 게 현실이었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에서는 의료복 전문 브랜드가 존재한다. 지난 2021년 매출 4억 2000만 달러를 올리며 나스닥에 입성한 피그스가 대표적이다. 자체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활동성, 편의성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갖춘 제품을 만들어 의료인들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다.


시장 잠재력도 크다. 세계적 전염병 유행의 영향으로 의료복 교체 주기가 짧아졌고, 의료인력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의료복(Medical Clothing) 시장이 2020년 113조 원 규모에서 오는 2028년까지 18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내에도 이런 의료복 전문 브랜드 수요가 없는 게 아니다. 한 대표가 만나 본 의사들은 ‘우리나라에도 해외처럼 예쁘고 편한 의료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해외에서 피그스 제품을 직구해서 입는 의사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런 수요를 빠르게 읽은 소프엔티는 의료복 브랜드 애트블로(ATVLO)를 개발했다.


1200여 병원, 관련 협회 및 단체, 바이오/제약 업체를 대상으로 1년간 실증을 거쳐 개발한 애트블로는 지난 10월부터 온라인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활동성, 흡한속건, 편한 유지 관리에 초점을 맞춘 ‘베이직’ 제품군을 시판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달 중으로 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항균 지속력, 오염 방지 등의 기능성을 더욱 강화한 프리모 제품군을 출시할 예정이다.




소프엔티의 가장 큰 강점은 경북대 바이오섬유소재학과 최진현 교수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며 확보한 소재 기술력이다. 바이러스와 세균,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미세입자는 차단하면서도 통기성, 흡수성, 투습성 등과 같은 쾌적성을 갖춘 ‘Breathable 나노멤브레인’ 복합 소재를 개발해 이에 관한 특허를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등록한 상태다.


현재 이 나노멤브레인을 부직포에 합지한 소재를 활용한 의료용 보호복을 개발해 경북대 병원과 실증을 마치고 제품 출시와 조달청 혁신제품 물품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나노멤브레인을 직물에 합지한 소재도 개발해 신발 소재로 활용을 모색하고 있으며, 연내에 의류 소재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소프엔티는 독성이 있는 구리나 은을 사용하는 기존 항균 소재와 달리 천연 추출물로 항균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과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한 대표는 천연 추출물을 적용한 Breathable 나노멤브레인 복합 소재 제조기술을 활용하면 의료용으로 최적화된 소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프엔티가 지니고 있는 또다른 강점은 패턴 설계와 봉제 기술이다. 인체공학적 설계와 이에 최적화한 봉제 기술을 적용해 같은 사이즈라도 다양한 체형에 두루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사이즈 체계를 간소화하며 재고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소프엔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재·부품·장비 사업 육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소부장 스타트업 100’에 선정돼 사업화 자금과 함께 주관 기관인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다양한 성장촉진 프로그램을 지원받았다. 한 대표는 이같은 지원이 소재 개발과 애트블로 브랜드 런칭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열린 성과교류회에서는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 대표는 소프엔티를 다른 의류 업체들과 달리 소재, 설계, 봉제 기술과 제품을 모두 갖춘 기업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의류 기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한 대표의 소신 뿐만 아니라, 그래야 남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독보적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담긴 결정이다.


한 대표는 “소재와 제품 사업을 둘 다 한다고 하면 하나만 하지 왜 둘 다 하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실제 우리나라 의류 업체 중에는 둘이 분리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소재와 그에 맞는 기획력, 생산 기술 모두 갖춰야 한다. 특히 기능복 업체라면 더더욱 소재부터 제품까지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 소재의 기능뿐만 아니라 의류 완제품에 대한 기능성까지 보장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룰모델로 제시한 기업은 요가복으로 유명한 의류 업체 룰루레몬이다. 룰루레몬은 화이트스페이스라는 자체 연구소에서 원단부터 시작해 최종 제품까지 모두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소재 기술, 봉제 기술을 모두 갖춘 덕분이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가 따라 할래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한때 시가총액이 BMW를 뛰어넘기도 했던 저력은 이같은 기술력에서 나온 것이다.


한 대표가 꿈꾸는 미래의 소프엔티도 룰루레몬처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독보적인 의류 업체다. 한 대표는 “앞으로 의료복 분야를 시작으로 아웃도어, 워크웨어, 일상복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나가려 한다. 또한 소재 기술력을 활용해 의류뿐만 의료소재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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