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국민 템으로 등극한 ‘크록스(CROCS)’.
2002년 미국에서 출시된 여름철 야외활동이나 수상활동 목적으로 만들어진 샌들이나 슬리퍼 용도의 신발이다. 소위 ‘미국판 고무신’으로 아마존에서는 신발, 액세서리 카테고리에서 수년째 베스트셀러 1위다. 특히 고강도 업무직종인 의료현장에서도 젊은 의사, 간호사들이 크록스를 근무용 신발로 착용하는 등 ‘최애 템’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인기와는 달리 의료계에선 크록스 착용에 대해 부정적이다.
발목 고정, 발톱 부상, 피부 벗겨짐, 발가락 및 발 모양 변형(무지외반증 등) 등 발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온종일 신는 신발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Johns Hopkins Hospital) 발 건강 전문의 알렉스 코르(Alex Kor) 박사는 “크록스를 신고 뒤꿈치와 발아치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상당수”라며, “잘 휘어지기 때문에 발에 무리기 갈 수밖에 없어 10시간 이상 착용을 삼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발의 가장 중요 부위는 뒤꿈치와 앞코를 연결하는 ‘바닥(Shank)’으로 크록스는 바닥 부분이 쉽게 접혀서 신을수록 고통을 많이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바닥(Shank)은 신발 정식 용어로는 ‘허리쇠’로 불리는 데 발바닥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이 같은 크록스가 안고 있는 발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보완한 메디컬 슈즈가 국내 소재기술 스타트업에 의해 개발됐다. 그 주인공은 기능성 나노멤브레인 복합소재 및 메디컬 의류·신발분야 기술 스타트업 ㈜소프엔티(대표 한설아·SOFNT Inc.)가 개발한 7만 원대의 가격대와 바이오매스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메디컬 슈즈 ‘블롬피(VLOMFY)’다. 앞서 2021년 항균성, 흡한성, 편의성, 쾌적성 등을 한층 강화한 기능성 의료복 ‘ATVLO(애트블로)’에 이은 메디컬 시리즈다.
메디컬 슈즈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자인 혁신 역량 강화사업’ 일환으로 출발했다. 소프엔티가 디자인과 브랜딩, 마케팅을, 부산의 신발 부품 제조업체 ㈜와이씨텍(대표 박수관)이 소재 개발과 제조, 을지대학교 스포츠아웃도어학과 한승진 교수팀이 테스트와 검증을 진행해 완성한 3년 간 노력의 결실이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설계 중점
세련된 디자인으로 근무화용 외에 캠핑·트레킹 등 일상 속 신발로 유용
개발의 핵심은 기존 신발이나 슬리퍼의 발 건강 위협과 이물질로부터의 오염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디자인에 집중했다. 우선 착용 시 발을 고정시키고 피부 까짐 등을 예방하기 위해 뒤꿈치(Back stay) 부분을 올리고 힐(Heel) 스트랩을 부착했다. 힐 스트랩의 위치와 각도는 평균 뼈 배치 연구와 착용성 테스트를 토대로 잡았다. 발뒤꿈치 뼈에 물집이 생기거나 마찰 등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신발 양 옆으로 삼각형 모양의 통기 구멍이 위치해 있다. 이는 원활한 통기와 통풍 효과와 함께 발등으로 오염물이 떨어졌을 경우 신발 내부 오염을 차단하고 발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블롬피의 가장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이 발휘되는 부위가 바로 발등에 좌우로 난 ‘홈’이다. 발가락과 발뼈에 맞추어 발을 구부렸을 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두께로 디자인됐다. 동시에 앞서 통기 구멍 위치를 변경한 이유와 동일하게 수술 과정에서 혈액이나 기타 액체물질이 홈을 타고 신발 양 옆으로 흘러내려 설계해 신발 내부 오염과 비위생성을 차단했다.
밑창 부분은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독특한 패턴으로 디자인해 마찰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무 대신 EVA 폴리머를 적용했다.
블롬피는 슬리퍼, 신발 등의 주소재인 EVA(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에 옥수수, 감자(Bio플라스틱)와 조개껍데기(Bio-mass) 약 40%를 함유한 바이오매스 기반 폴리머가 적용됐다.
‘의료복부터 슈즈까지 메디컬 토털웨어 비즈니스’
블롬피는 3월부터 국내 미용성형 전문유통 플랫폼 ‘플랜닥스(PLANDOCS)’을 통해 판매된다. 플랜닥스와는 이미 2022년 상호 사업 촉진을 골자로 사업 제휴를 맺은 상태. 여기에 일본 섬유의류수출상사이자 와이씨텍의 바어이인 도요시마상사(TOYOSHIMA & Co., Ltd.)와도 사업 제휴를 조율 중이다.
한 대표는 소프엔티의 메디컬 의료복 사업과 더불어 메디컬 슈즈까지 주력사업을 아우르는 메디컬 토털웨어 비즈니스로 국내외 메디컬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진료복, 수출복 등 의료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나 제품들이 적은 메디컬 슈즈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용 외에도 캠핑용, 트레킹용 등으로 적합해 범용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능성 나노멤브레인 복합소재 원천기술을 적용해 메디컬 필터 및 메디컬 디바이스(창상피복재, 소구경 인공혈관 등) 영역까지 사업화를 확대하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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